'건강이 최고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특히 한창 건강해야 할 어린 아이가 건강 문제로 병원에 간다는 건 부모에게 매우 큰 걱정이죠.
저희 집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갓 2돌 지난 우리 둘째가 선천성 잠복고환 진단을 받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수술을 했거든요. '수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우리 아이가요?' 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는 아이의 잠복고환 진단 과정과 수술 이후 상태, 세브란스 어린이병동 소개까지 상세히 공유드려볼게요.
잠복고환이란 말 그대로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않고 복강이나 서혜부(사타구니 부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뜻해요.
학명으로는 견축고환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태아 시기에 고환은 배 안에서 시작해 음낭으로 내려오는데, 이 과정이 멈추거나 완료되지 않으면 잠복고환으로 진단됩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생후 6개월 정기검진에서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고환이 양쪽에서 만져지지 않는다고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첫째 아이도 그러다가 생후 12개월 검진에서는 정상판정을 받았기에 '우리 아이들은 다 늦게 내려오나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죠.
그러나 생후 12개월 정기검진에서도 같은 의견을 주셨고, 세브란스에 소견서를 써주시지 뭡니까.
어렵게 15개월 무렵 외래예약을 잡아 가보았더니 24개월에 다시 오라고 하시더군요.
별 말씀이 없으시길래, '아 자라면 괜찮아지겠구나' 생각하고 24개월이 되었을 때도 그냥 추적관찰이겠거니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외래진료를 갔어요. 하지만 이리저리 살펴보시던 의사 선생님이 수술해야겠다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하시지 뭡니까. 아니 12개월 때 별 말씀 없으셨잖아요..
알고보니 잠복고환은 24개월 이전에는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2살까지는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더 악화되어 이전에는 왼쪽 고환만 잠복고환이었는데 이제는 양쪽 모두 잠복고환이 되었고, 오히려 오른쪽이 더 심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결국 수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수술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가족 모두가 수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러 수술과 일정이 있는 교수님과 수술 날짜를 잡는 건 더 오래 걸렸죠. 11월이 되어서야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 의료파업 상태에서 더군다나 비인기과인 소아과의 수술이 진행된 것만으로도 저는 참 감사했어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50-1, 세브란스 병원 내에 위치합니다.
본관 3층(로비층)과 5층(수술층)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차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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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30분 무료 회차 / 이후 10분당 650원, 1시간 3,900원 | |
외래 진료 및 검사 | 입차 후 1대 1회 6시간 무료 |
입/퇴원, 수술 | 해당일 1대 1회 24시간 무료 |
응급실 | 입차 후 1대 1회 24시간 무료 |
입원환자 보호자 | 공휴일 1대 1회 당일 무료 / 보호자 차량등록 13,000원 (입차 후 24시간) |
주차
병원 본관에는 대규모 지상/지하 주차장이 있습니다. 암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관 지하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면 무료주차 시간이 넉넉하므로 추가금을 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차팁
병원 주변 차량이 많아 혼잡할 수 있으니 예약 시간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리가 있다면 본관 지하가 아니라 어린이병원 뒤 심장혈관병원 앞에 지상주차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입니다.
이동시간이 상당히 단축되요.
주차장 사전정산 무인시스템을 이용해도 되지만, 미리 My세브란스 앱에서 차량을 등록해놓으면 사전정산 과정을 매번 진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량은 5대까지 등록이 가능합니다.
대중교통
2호선 신촌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고, 다양한 버스 노선이 지납니다.
서울역과 용산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외래 방문 하는 시간에 교통혼잡이 예상되면 택시를 이용해 어린이병원 앞에서 하차하고, 귀가할 때는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한 택시기사님 덕분에 교통혼잡이 덜한 경로를 알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북문으로 진입하는 겁니다. 덕분에 캠퍼스 구경도 잘 했네요.
My세브란스 앱이란
저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임신기간 산부인과를 다니고 출산도 했기 때문에 세브란스 병원을 다닌 게 2년이 넘어요.
그 때부터 'My세브란스'앱을 이용했어요.
병원에 내원한 모든 환자에게 주어지는 환자번호만 있으면 앱에 손쉽게 로그인 할 수 있어요. 'My세브란스'앱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통합 의료 서비스 플랫폼으로, 병원 이용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제가 앱에서 주로 사용하는 건 실시간 대기 현황 확인과 진료비 결제 항목입니다. 주차는 차량만 1회 등록해 놓으면 신경 쓸 일이 없어요.
앱의 주요 기능
앱 다운로드 및 사용법
수술 전 검사
2~3주 전에 방문하여 x-ray, 피검사, 소변검사를 진행합니다.
신생아 때도 안 뽑아본 피를 뽑았어요. 유아라 소량만 뽑는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어른만큼 뽑아요!
아직 기저귀를 차는 아이라서 소변검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참 궁금했는데 테이프로 비닐패치를 붙여놓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아이가 움직이면서 패치에서 소변이 새는 바람에 정해주신 양보다 소량 부족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준비물
수술 준비
저희 아이는 아침 첫 수술이었기에 새벽 6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 입원했습니다. 긴장해서 4시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뜬눈으로 아침을 기다렸네요. 남편은 휴가를 썼지만, 큰아이 등원을 위해 저 혼자 먼저 병원에 갔어요.
병동에서 빠르게 환복하고 링거 라인을 잡았어요. 이때부터 손에 낀 장갑 빨리 빼달라고... 아니야.. 이제 시작이야..
어린이병원 4층에서 연결로를 지나 본관 수술실로 이동합니다. 출산할 때와 똑같은 경로였고, 대기실 옆 침상에는 제왕절개를 기다리는 임산부도 계셔서 아이와 오랜시간 눈맞춤을 해주며 웃어주셨어요. 참 감사했어요.
그렇게 8시 30분이 되고 마취과 선생님,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오셔서 아이 상태를 점검하시고는 제가 보는 앞에서 마취를 했고, 아이는 수술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술
수술 과정에 대한 안내가 계속 문자로 와요. 그리고 30분 정도 후에 수술실 교수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환 절개만으로 처치가 가능해서 하복부 절개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수술 잘 끝났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내용이었어요. 보호자를 위한 병원측, 의료진의 세심함이 얼어있던 저를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회복 과정
곧 수술실로 다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아요. 아이가 마취가 깬 후로 계속 울고만 있다고요.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따스한 손길이 계속됐지만 아이는 계속 울었고, 병동에 돌아와서도 30분을 넘게 울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수술 이후에 계속되는 금식이었어요. 수술이 끝나고 2시간 후에 물 섭취 가능, 이후 또 2시간 후에 음식물 섭취가 가능했기에 밤부터 물을 마시지 못한 아이가 계속 물을 찾아 울었습니다. 금식을 이기기 위해 병동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4시간을 버텨 바나나와 우유를 먹고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수술 후 관리
소변이 원활히 나오는지 확인해야 했구요. 일주일간 통목욕이 금지되었습니다.
수술은 간단했기 때문에 소독할 필요는 없고 다만 봉합 테이프의 청결 유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소 2주는 뛰거나 압박이 심한 운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수술 부위를 자꾸 만지는 일도 자제해야 합니다. 수술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아이는 큰병원에서 주사만 맞고 온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가 일상 생활 중 수술부위를 만져보고 물어보더라구요. '아파서 반창고 붙였으니 만지지 마. 만지면 더 아파'하니 이후 성기를 만지는 일이 없어졌어요.
처음 겪는 아이의 수술을 겪으며, 저도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어요. 퇴원과 동시에 감기에 걸려 항생제 주사를 두 번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목소리를 잃고 있답니다. 작은 아이는 살짝 겁쟁이에 엄마 껌딱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형이랑 잘 뛰어다니고 밥도 많이 먹고 많이 웃어요.
그런 건강한 아이의 모습이 마치 선물같이 느껴집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정말 걱정을 많이했거든요.
아이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잔뜩 긴장해서 어버버 거리고 있었는데 입원과 수술을 함께 해주신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의 따스함이 참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새벽 잠옷바람에 손발이 차갑게 식은 아이 그냥 바늘 꽂으면 혈관 안 잡힌다고 한참을 마사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 아이가 회복실에서 깨어 엄마 없이 혼자 있을 때 필요할 것 같다며 애착인형인 토끼를 수술실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신 레지던트 선생님, 수술실에서 바로 전화주신 교수님, 수술 대기실에서 귀요미라 불러주시던 많은 선생님들, 우는 아이 함께 달래주신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 모든 의료진분들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본관, 어린이병원, 라운지 등 여러 곳에 트리가 놓여 있어서 금식 때문에 힘들어 하던 아이와 산책하는 동안 아이가 많이 즐거워했습니다. 본관 트리 옆에 함께 있는 사슴이 계속 움직여서 진짜 살아있는 사슴인 줄 알고 한참을 바라봤네요. 차갑고 무섭게 느껴지는 병원이지만 곳곳에 장식된 연말장식과 라운지의 작은 미술관 덕분에 하루 입원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정말 최고지요.
하지만 혹시 아이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소아과에 먼저 상의하세요.
요즘은 아이들 건강검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서 보호자가 잘 모르고 있던 부분도 병원에서 먼저 알려주더라구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영유아건강검진 제때 받으시고 건강 관련 소견을 받았다면 주저말고 상급병원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경험은 저희 가족에게 커다란 안도감을 주었고, 아이에게는 더 건강한 미래를 선물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아픈 아이들이 건강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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